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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팅 산업의 개척자 중 상당수가 여성입니다.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컴파일러 발명가, 암호해독 머신 운영자 등. 그 많던 여성 전문가는 어디로 갔을까요? 영국 정부의 의도적인 정책과 미국 컴퓨터 업계의 마케팅, 할리우드까지 지나온 역사를 돌이켜 확인해 보세요.

글쓴이: 조너선 베커(Jonathan Becher)

개발자 10명 중 9명이 남성

소프트웨어 개발은 남성 지배적인 직업으로 알고 있죠. 그런데 양성 간의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2021년도 글로벌 설문조사에 참여한 개발자 8만2천명 중 92% 가량이 남성이지만 이는 응답 편향(조사 표본추출의 편향)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상시 연례 조사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21% 가량이 여성으로 나타났는데, 이 수치는 20년 전 처음 실시한 이래 큰 변동이 없는 수준입니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세 명의 여성 프로그래머

정확한 비율을 따지기에 앞서, 도대체 왜 여성 프로그래머가 더 없는 걸까요?

컴퓨팅 산업은 여성이 개척

늘 이랬던 건 아닙니다. 컴퓨팅 산업의 개척자 중 상당수가 여성입니다.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 (1815–1852))는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널리 인정 받고 있죠. 최초의 범용 컴퓨터 머신(1930년대 중반 영국의 수학자 찰스 배비지가 만든 분석 엔진)을 위한 하드웨어 명령어를 만든 주인공입니다. 그레이스 하퍼(Grace Hopper (1906–1992))는 유명한 프로그래머이며, 영어 명령을 컴퓨터 고유의 언어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인 컴파일러의 발명가죠. 대부분은 앨런 튜링(Alan Turing)의 공으로 돌리고 있지만,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독일군의 메시지를 해독하기 위해 만든 블레츨리 파크 암호사령부의 콜로서스 머신은 300명 가까운 여성이 운영을 담당했습니다.

더욱이 수십년 동안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여성의 수가 남성에 비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1970년대까지 여성이 컴퓨팅 분야를 지배했죠. 그런데 1980년대초 컴퓨터 공학 분야의 여성 비율이 급락합니다. 다른 기술 분야의 여성 비율은 계속 늘고 있는데 말이죠.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영국 정부의 남성 편향적인 정책

꼼꼼한 연구에 바탕을 둔 책 불평등 프로그램(Programmed Inequality)에 따르면 컴퓨터 공학이 남성 지배적인 분야로 뒤바뀐 데에는 (적어도 영국에서는) 의도적인 조치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분야가 사무직에서 벗어나 보다 전략적인 입지를 차지하자 정부 주도의 채용 활동은 “커리어에 관심 있고 관리자를 꿈구는 젊은 남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나아가 영국 공공 서비스부는 이미 고도로 훈련 받은 여성 후보자를 의도적으로 건너뛰면서 “고위직 직무는 여성에게는 부적합한 것으로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미국 컴퓨터 업계의 남성 타겟 마케팅

미국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죠. 영국보다는 덜 악의적인 이유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초기의 개인용 컴퓨터는 장남감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NPR 방송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들 장난감은 거의 전적으로 남성과 소년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였고… 컴퓨터는 남자 아이들의 전유뮬이라는 내러티브가 자리잡았습니다.” 머지 않아 남자 아이들이 기술 문화의 독점적인 초점으로 자리하게 되었죠.

할리우드의 범생이 영화

할리우드는 워게임, 기숙사 대소동(Revenge of the Nerds), 신비의 체험(Weird Science) 등의 영화를 통해 이러한 관점을 굳혔습니다. 이들 영화의 극본은 모두 동일한 기본 플롯을 따릅니다. 사교성이 떨어지는 천재 소년이 기술을 활용해 역경을 극복하고 소녀를 얻는다는 내용이죠. 범생이는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정부. 할리우드. 모두 우리의 신념과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죠. 그러다보니 여성 프로그래머가 더 없는 게 놀랄 일도 아닌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