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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전 경제학자 레너드 리드는 에세이 ‘나, 연필’에서 그 어느 한 사람도 연필 만드는 법을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중앙의 통제 없이도 효과적으로 운영되는 분권형 자율 조직. 네트워크 협업, 원격 헙업의 미래를 확인하세요.

글쓴이: 조너선 베커(Jonathan Becher)

원격 협업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필

원격근무와 창의적인 협업 활동에 관해 광범위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가운데 한 친구가 “연필이야말로 원격 협업의 효과를 입증한다!”고 불쑥 한 마디를 내뱉더군요. 참 희한한 주장이었는데 알고보니 정말 강력한 주장이더군요. 이처럼 광범위한 원격 협업 활동을 연필 협업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습니다.

깎은 흔적 위에 놓여 있는 연필 한 자루

경제학자의 에세이 – ‘나, 연필’

한참 전인 1958년 레너드 리드(Leonard Read)라는 경제학자가 ‘나, 연필(I, Pencil)’이라는 에세이에서 그 어느 한 사람도 연필 만드는 법을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겉으로는 연필이 간단한 발명품처럼 보입니다. 실상은 중앙의 조율을 받지 않고 광범위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한 결과죠.

나, 연필은 나무, 아연, 구리, 흑연 등 여러 기적의 복잡한 조합의 산물이다. […] 수백만 명의 인간이 나를 만드는 데 손을 댔고 그 중 어느 하나도 다른 극소수의 사람보다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다. 연필 회사 대표를 포함해 이 수백만 명 중 그 어느 한 사람도 극히 미미한 노하우 이상을 기여한 이는 없다. […]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배후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나를 세상에 나오게 한 무수한 활동을 하도록 시키거나 강제로 지휘한 사람은 없다.

확실한 결과를 내는 느슨한 조율 네트워크

연필 협업이야말로 다양한 분야에서 고도로 분산된 프로세스가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줍니다. 좀 더 간단히 말하자면 느슨하게 조율되는 인간 네트워크가 확실한 결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경쟁기업연구소(CEI: Cempetitive Enterprise Institute)에서 제작한 아래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면 이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I, Pencil: Th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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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encil: The Movie

협업의 미래 – 분권형 자율 조직

물론 연필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실상 모든 발명과 사회 일반에 적용되는 사실이죠.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유사한 이야기로 자유시장 경제체제가 공통의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람들끼리 협력과 조화를 촉진하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연필 협업에서 분권형 자율 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은 큰 비약은 아니죠.

연필 협업은 또 우리가 스스로를 얼마나 필수 불가결한 존재라고 생각하든 간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타인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음을 일깨워 줍니다. ‘아무도 섬일 수 없다’의 현대식 표현은 ‘우리는 모두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다’가 아닐까 싶네요.

이제 다시 매트릭스 레저렉션으로 돌아가 하얀 토끼 외에도 노란 연필이 어딘가에 단서로 숨어 있는지 찾아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