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로 복잡하게 상호 연결된 시스템을 만들면 그 시스템의 강도를 좌우하는 건 가장 취약한 고리입니다. 9명이 잘해도 마지막 1명이 끊어지면 연결 고리는 끊어집니다. 공급망도 마찬가지죠. 지금이야말로 기술과 실험으로 약한 고리 문제를 해결할 때입니다.
글쓴이: 박범순(Adam Park)
지금은 저희 SAP 식구들과 전 세계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할 불확실하고 특별한 시기입니다. 세상이 근본적으로 변모하는 가운데 이 새로운 세상에서 미래의 삶을 계획하고 변화에 적응하고 번영을 구가할 최선의 방안을 꾸준히 학습해야 할 과제를 우리는 마주하고 있습니다.
여러 해 동안 사파이어나우(SAPPHIRE NOW)는 저희 고객과 파트너, 동료를 한 자리에 모아 SAP의 가장 멋진 모습을 경험하도록 매년 5월 마다 사흘 동안 진행한 행사였습니다. 올해는 사파이어나우 플랫폼을 이용해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를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리더와 씽커, 인플루언서, 전문가 등과 대담을 통해 여러분이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매주 새로운 유명 인사 대담을 소개할 예정인데요. 이번 주에 공개한 대담 중에서 “티핑포인트”와 “블링크-첫 2초의 힘”, “아웃라이어”, “다윗과 골리앗” 등 베스트셀러로 널리 알려진 저자 말콤 글래드웰과의 대담 내용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힘든 시기를 함께 극복해 왔습니다
지난 1990년대 초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유행 초기상황을 취재하면서 워싱턴포스트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상황 못지 않게 심각했던 그 때를 돌아보면 당시 과학계에서 유행 초기에는 해결책을 못찾고 있다가 제가 기자를 그만 둘 때 쯤에는 대부분 과학적인 해결책을 찾았죠. 결국 바이러스 유행을 막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다른 분들보다 낙관적으로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상황을 맞이하는지 모르겠네요. 과학과 의학 등 전체 시스템이 지금처럼 우리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유행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논문과 블로그, 팟캐스트 등을 통해 제약업계가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는 문제를 정의하고 지식을 적용해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과학 체계와 메커니즘을 확립해 왔습니다. 지금은 그 동안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실전에 적용해 가는 과정입니다. 정말 흥미진진하죠.
COVID-19 사태의 두 가지 종점
지난 HIV 유행 당시와 달리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를 종식 시키는 데는 명확한 두 가지 종점이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치사율을 낮추는 거죠. 이를 위해서는 의료진이 취약 계층의 병증 치료에 보다 능숙해져야 합니다. 아직은 정확한 원인과 바이러스의 작용 방식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지만 이에 대한 답을 찾게 될 겁니다. 그래서 첫 번째 마일스톤이 바로 사망률을 낮추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백신 개발입니다. 장기적으로 1년이나 1년 반 정도에 백신을 확보해야 하죠. 백신이 개발되면 불안감도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됩니다. 단기적으로는 높은 치사율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백신 개발을 기다려야 하죠.
실험으로 더 나은 대응 방안을 찾아야
그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실험입니다. 더 나은 대응 방안을 찾아 나서는 활동이죠.
예컨대 미국농구협회(NBA)가 올 여름이 끝날 때 쯤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를 수 있을까요? 네,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검사를 하고 선수들을 격리조치도 하고 코트 위에서 경기하는 선수가 아무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확실히하면 됩니다.
무관중 경기로 바뀌면 중계 방송 시청자의 경험도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열기를 화면을 통해 느낄 수 있었죠. 관중이 없는 상황에서 중계 방송은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할까요? 이런 부분이 바로 기업을 비롯한 민간 부문에서 실험을 통해 더 나은 대응 방안을 찾아 나서는 모습입니다.
NBA 경영진으로서 올 여름이 끝날 때 쯤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직은 백신이나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되기도 전인데 말이죠.
이제는 다른 상품을 팔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바로 친밀감, 밀착감을 제공해야 하죠. 관중이 아니라 선수들을 보다 가까이서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는 관중 없이 연습장이나 폐쇄된 장소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이죠.
거친 숨소리를 느낄 정도로 친밀감이 중요해
농구팬으로서 난생 처음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코치의 고함 소리도 들립니다. 드리블해서 달려가는 선수가 상대팀 선수 두 명과 부딪치고 돌파하는 소리. 이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죠. 거친 호흡과 안타까운 탄성, 심판에게 화가 나서 항의하는 소리, 버저 비터로 3점슛을 넣고 기뻐하는 환호성 등.
한 마디로, 그룹 경험에서 오는 흥분을 파는 게 아니라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것 같은 친밀한 경험을 파는 거죠.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를 위해서는 모든 소리를 잡아 낼 수 있는 기술의 힘을 빌어야 합니다. 그 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해야하죠.
선수들마다 도청장치를 달거나 농구 코트 곳곳에 작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렇게 포착한 소리와 밀착 영상을 안전하게 중계할 방법은 뭘까요? 현장에 그 많은 촬영팀을 배치할 수는 없죠. 혹시 로봇을 이용할 방안은 없을까요? 로봇이 제어하는 카메라를 50개 설치하면 어떨까요? 제어 부스에서 몇 사람이 이 많은 로봇 카메라를 관리하는 거죠.
제 요점은 NBA 경영진이 농구경기 중계 방송을 보는 경험이 어떤 모습이라야 하는지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도록 실험할 자유가 주어졌다는 겁니다. 실험을 해야 하죠. 농구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서가 아니라 여러 비즈니스를 대표해서 지금과 같은 이상한 시기에 우리의 비즈니스를 새롭게 살펴보고 정의하는 모범을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험이 지속될 전망인가
예측보다는 실험을 통해 그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장기화 될수록 더 많은 실험의 기회가 주어지죠.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어제 LA에 사는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세상에 공기가 이렇게 깨끗할 수가 없어”라고 하더군요. 평생을 그곳에서 산 사람들이 이렇게 대기오염이 없는 맑은 하늘은 처음 본다고 합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COVID-19 사태가 지나간 후에도 시민들이 맑은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혁신과 사회적 변화를 촉구하는 압력을 행사할까요?
다시 말해 전기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지, 아니면 간단하게 자전거 도로 확충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지 궁금합니다. 사실 LA는 연중 기온이 일정해서 심하게 덥지 않고 대부분 평지라서 자전거 타기에 참 좋은 환경이죠.
불과 3주 전만 해도 COVID-19 사태의 여파로 전 세계 대도시에서 깨끗한 공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누가 예측했겠어요?
더 효과적인 교육 시스템을 찾기 좋은 때
그 동안 온라인 학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수 없이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통해 가정에 컴퓨터가 없거나 인터넷 연결이 없어서 원격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디지털 불평등이 시야에 들어오는 거죠.
그래서 이번 사태가 지나가면 “잠깐만, 이거 진짜 큰 일인데”하는 생각이 들겁니다. 집에 컴퓨터가 없거나 인터넷 연결이 없는 계층에 있는데, 이 두 가지는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구나 하는 인식이죠. 사회가 이 필수품을 제공할 방안을 진지하게 강구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온라인 학습의 장단점과 보완점을 찾아야 합니다. 부모님들 중에는 우리 애가 45분 동안 가만히 앉아 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을 듣기만 하는데 저게 다야? 하는 분들이 계세요. 학교가 제공하는 학습 프로그램이 허접하다고 느끼는 거죠.
지금이야말로 체계적인 실험을 통해 효과적인 경험을 설계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예컨대 학부모 그룹이나 여러 개인들이 학교 시스템을 보완할 방안은 무엇일까? 친구들끼리 학습하도록 해야 하나? 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 대신에 친구들끼리 온라인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이야말로 교육기관과 학생 사이의 관계를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실험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입니다.
지금은 약한 고리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축구 경기를 다룬 “넘버스게임”이라는 책에서 축구는 약한 고리 종목이라고 나옵니다. 10명의 선수가 아무리 잘 해도 한 명이 취약하면 팀이 승리하기 어렵다는 얘기죠. 그래서 축구팀을 강화하려면 약한 선수를 업그레이드하라고 제안합니다. 이에 비해 농구는 강한 고리 종목입니다. 팀에서 제일 잘하는 슈퍼스타 선수가 더 강한 선수로 바뀌면 경기를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지금 상황은 약한 고리 문제입니다. 여러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고도로 복잡하게 상호 연결된 시스템을 만들면 그 시스템의 강도를 좌우하는 건 가장 취약한 고리입니다. 공급망도 마찬가지죠. 9명이 잘해도 마지막 1명이 쓰러지면 연결 고리는 끊어집니다.
서구의 세계 수준의 의료체계가 이번 사태로 첫 6주나 2개월 가량 멈춰 선 것은 가장 기본적인 현장의 간호 인력과 마스크, 장갑, 가운 등 개인 보호 장비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의 부족으로 수조 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낳게 된 거죠.
COVID-19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취약한 사람들입니다. 당뇨, 고혈압, 비만 등의 기존 병증이 있는 계층이나 고령층 등이 대표적이죠. 탁월한 의약 체계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찾아가 보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 바꾸도록 권고하고 설득하는 등 매우 기본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로 전체 시스템이 멈춰서는 겁니다. 대표적인 약한 고리 문제죠.
지난 세대를 지나 오면서 기술 분야는 이러한 약한 고리 문제를 다루는 데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지켜 봤습니다. 정치 시스템의 대응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기술과 실험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