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비서 덕분에 이제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도 말만 하면 원하는 일을 처리할 수 있고, 말만 하면 상황에 맞게 일이 척척 이루어지는 핸즈프리 시대. 나아가 반복 업무는 갈수록 기계가 배워서 자동화해 가는 시대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글쓴이: 박범순(Adam Park)

“5천 유로가 얼마야?” 아이폰의 디지털 비서 시리(Siri)에게 묻는다.

“6백5십6만 4천5백 원입니다.”

시리는 현재 환율 시세를 확인하고 즉석에서 내가 원하는 답을 준다.

내가 직접 답을 찾아 나선다면 어떨까?

스마트폰의 잠금화면을 열고 네이버 앱을 연다. 네이버 환율로 이동한 후 5,000 유로가 몇 원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통화단위를 선택하면 비로소 답을 얻을 수 있다.

대략 다섯 단계를 거쳐야 얻을 수 있는 답을 말 한 마디로 얻을 수 있다.

핸즈프리 혹은 대화형 사용자경험

이제는 기업용 앱에도 시리나 아마존의 알렉사(Alexa)처럼 디지털 비서에게 대화하듯 질문을 던지거나 요청을 하면 원하는 답을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지난 해부터 큰 열풍이 불고 있는 챗봇(chatbot) 역시 글을 이용하는 점 외에는 대화형 사용자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처럼 대화형 사용자경험(conversational UX)은 복잡한 여러 단계를 빨리 연결해 원하는 답을 주기 때문에 어찌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 김비서와 일하는 느낌을 준다. 나와 함께 일하면서 내 일하는 스타일을 학습하고 맞춰주는 가상 비서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머신러닝(기계학습) 덕분이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분야에도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 비서가 있다면 어떨까?

“다음 주 목요일에 휴가 내고 싶은데..”

“오전 10시에 프로젝트 업데이트 미팅이 있습니다. 취소할까요?”

“그래, 취소해줘.”

“본부장님께 휴가 신청할까요?”

“그래, 고마워.”

“휴가 승인 받았습니다. 즐거운 휴가 되세요.”

이러한 시나리오가 이미 SAP 소프트웨어에 구현되어 있다. 지난 해 발표한 코파일럿(CoPilot)이라는 디지털 비서 덕분이다. 휴가를 내야 하는 비교적 간단한 일이지만 그 날 예정된 일정이 없는지 캘린더를 확인해 미팅을 취소하고 매니저의 승인을 받는 일까지 필요한 모든 일을 알아서 확인하고 챙겨준다.

디지털 비서 덕분에 이제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도 말만 하면 원하는 일을 처리할 수 있는 핸즈프리 시대에 접어 들었다. 말만 하면 상황에 맞게 일이 척척 이루어지는 핸즈프리 시대. 나아가 반복 업무는 갈수록 기계가 배워서 자동화해 가는 시대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인텔리전스란 무엇인가?

지난 [2018년] 6월 초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SAP가 주최한 연례 최대 고객 컨퍼런스 사파이어나우(SAPPHIRE NOW) 기조연설에서 공동창업자 핫소 플래트너(Hasso Plattner) 의장은 여러 권의 심리학 원서로 유명한 데이빗 마이어스(David Myers) 교수의 말을 빌어 인텔리전스를 이렇게 정의했다.

“지능은 경험에서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며 지식을 적용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데이빗 마이어스(David Myers) 미시건주 호프대학 심리학 교수

결국 지능은 학습, 문제해결,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적응력을 포괄하는 것으로, 인간에게만 국한된 능력은 아니며,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통해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나 기계가 지능화 되어 가는 모습이 확산될 전망이다.

지능형 기업의 등장

지난주 화요일[2018년 7월 17일] 서울 남산의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는 300명 가량의 국내 유수 기업 임원이 모여 디지털 시대에 다가 올 기업의 미래상에 대한 여러 강연을 들었다. SAP NOW 행사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프랭크 코엔(Franck Cohen)은 SAP의 차세대 핸즈프리 ERP 솔루션을 소개하면서 지능형 기업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능형 기업은 유연성과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과, 여러 업무 단계를 연결해 심플한 경험을 제공하는 가상 비서, 가상 기사, 가상 전문가, 소프트웨어 로봇 등이 함께 일하고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기업을 말한다.

지속가능한 지능형 기업 구성도
지속가능한 지능형 기업 구성도

코엔 사장은 인텔리전트 엔터프라이즈의 핵심을 연결과 통합에서 찾는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요소가 SAP의 지능형 기업(인텔리전트 엔터프라이즈) 오퍼링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 SAP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각 업무 분야별로 스마트하게 통합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지능형 제품군
  • 머신러닝/인공지능(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예측분석 등으로 기업의 지능화 수준을 높이는 지능형 기술
  • 데이터 관리를 통해 일관된 관점을 확보하고 개발, 통합 등의 지식을 한 곳에 담은 클라우드 플랫폼을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이 중에서도 특히 ‘비즈니스 기술 플랫폼(SAP Business Technology Platform)’은 매일 10억 건의 요청을 처리할 정도로 성숙한 플랫폼이며, 크게 네 가지 분야를 지원한다.

  • 기존 솔루션의 디지털화를 확장(Extend)
  • 다양한 요소를 연결(Connect)
  • 새로운 앱을 구축(Build)
  • 컴포넌트 간의 통합(Integrate)

코엔 사장은 IDC를 비롯한 유수의 시장분석기관에서 오는 2020년까지 IT 투자의 70%가 클라우드 관련 투자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고객사에서도 솔루션 도입을 고려할 때 클라우드 오퍼링이 없으면 고려 대상에서 제외 시킬 정도라고 밝혔다. 클라우드로 이동하는 명확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는 단순히 비용 측면에서 TCO를 최소화 하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업 성장에 맞게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고 분기별로 혁신 기능이 출시되며, 무엇보다 선진사례를 활용해 복잡한 업무를 간소화하는 심플함이 매력적이다.

왜 지능형 ERP인가?

그렇다면, 왜 핸즈프리 ERP가 필요한가? 코엔 사장은 인공지능이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자리하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을 뒤바꿀 것이라는 스탠포드대학의 전망을 거론했다. 키보드 중심의 컴퓨터가 터치스크린 중심의 스마트폰으로 옮겨 온 후, 이제는 말로 하면 되는 대화형 사용자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기업용 앱도 이처럼 지능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 경험의 발전 과정
컴퓨터를 다루는 사용자경험의 변화: 키보드-마우스-터치스크린-목소리

코엔 사장은 SAP S/4HANA Cloud로 대표되는 차세대 지능형 ERP는 대화형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핸즈프리 ERP라고 주장하면서, 이미 25개 대화형 시나리오를 제공하며 향후 1년 이내에 200개 가량의 시나리오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능형 ERP의 또 다른 장점은 프로세스 자동화라고 코엔 사장은 전한다. 인보이스 확인, 장부 기입 등 반복 업무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동화한다는 것이다. 가상 김기사처럼 소프트웨어 로봇을 활용하는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머신러닝을 통해 ERP 관련 수작업의 50%를 오는 2020년까지 자동화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SAP S/4HANA CLOUD 로드맵

대화형 사용자경험 제공과 프로세스 자동화의 확대, 차세대 선진사례(Next Practices) 제공 등의 도입효과를 제공하는 지능형 ERP의 미래에 대해 코엔 사장은 몇 가지 전망을 내놓았다.

  • 매분기 20% 신규 기능 추가
  • 매우 신속한 혁신 프로세스
  • 현재 한국을 포함한 33개국 지원 중, 연말까지 38개국 지원 예정
  • 운영 중인 고객사 2,000개사

끝으로 코엔 사장은 실시간 데이터 관리를 지원하는 SAP HANA만 교체하고 기업의 나머지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둔다면 페라리를 1단에 두고 달리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SAP가 차세대 지능형 ERP를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기존 제품을 새로운 인메모리 엔진의 성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재설계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 비용은 계속 하락하는 지금이야말로 핸즈프리 등 지능화 기능을 활용할 좋은 기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