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고르게 퍼져 있지 않을 뿐이죠. 숨어 있는 미래를 들여다 보고, 때론 한 걸음 물러나 다른 미래와 연결해 보면 방향성과 큰 그림을 알 수 있습니다. 실시간기업, 지능형기업, 경험기업의 공통점을 확인하세요.
글쓴이: 박범순(Adam Park)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실시간 기업
이미 17년 전인 2002년에 시장 분석기관 가트너(Gartner)는 정보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실시간 기업(RTE: real-time enterprise)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창했습니다. 실시간기업은 최신 정보를 활용해 핵심 업무 프로세스의 관리와 실행에 존재하는 시간 지연을 계속 제거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낭비와 지연을 없애고 경쟁력 있는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영 의사결정을 개선하고 보다 투명한 경영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는 등의 도입효과를 제시했습니다.
실시간기업의 기본은 변화를 감지(sense)하고 대응(respond)하는 능력입니다. 가트너가 RTE를 제안하던 당시에는 정보기술이 주로 기업 내부의 업무 운영에 사용되었고, 기업의 범위를 가치사슬 전반으로 확대해 관리하는 확장형 기업이라야 그나마 변화를 좀 더 빨리 감지할 수 있었죠. 문제가 커지기 전에 작은 불씨부터 잡을 수 있는 기업 운영을 꾀했습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의 경영환경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감지능력의 기본은 연결과 소통
디지털 전환, 디지털 변혁 등의 구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빅데이터, 기계학습(머신러닝),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 등의 용어가 파편처럼 남았습니다. 17년 전과 달라진 점은 바로 디지털 데이터의 폭증이죠. 인공지능만 하더라도 1956년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존 맥카시가 다스머스대학 여름 워크샵에서 인공지능(AI)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도입하면서 시작될 정도로 역사가 깊습니다.
기본적인 연구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이제는 개인이나 기업, 사회 전반에 걸쳐 그 어느 때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한 걸음 물러나 연결해 볼 수 있는 데이터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 큰 차이점입니다. 디지털 데이터는 연결이 쉽기 때문에 일정한 패턴과 큰 그림을 빨리 파악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으로 인한 데이터 폭증으로 학습할 데이터가 늘어났고 연결할수록 의미 파악과 상황 이해가 쉬운 디지털 데이터의 특징 때문에 기계학습을 필두로 한 인공지능과 예측분석을 통한 예지정비도 가능해졌습니다.
연결하고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기계학습과 인공지능, 예측분석과 시뮬레이션 등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경영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기술로 공장의 설비는 물론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의 성능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게 되면서 생산자가 이제는 설계한 대로 제품이나 설비가 성능을 발휘하는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제품을 사용하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시간 연결을 통해 제품이나 설비와 생산자가 정보를 주고 받는 소통이 일어나면서 현상황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졌고, 여기에 기계학습, 예측분석 등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 미래의 성능에 대한 예측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지정비도 가능합니다.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문제가 생기기도 전에 예측하고 미리 고치는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대응력의 핵심은 협업과 창조
변화를 감지하고 정확한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려면 한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려고 한다면 더욱 더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이 요구됩니다. 그 동안 기업 운영이 세계화되고 전문화의 길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처럼 한 기업이 가치사슬을 수직통합해 독불장군처럼 좌지우지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운영 효율화를 위해 위탁생산, 3자물류(3PL) 등 전문화 된 업체와 협업 방식을 적용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가 늘어난 상황에서는 생산자보다 소비자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분업화와 전문화 등으로 갈수록 세분화 된 가치사슬이 세계화와 경험경제를 만나면서 연결하고 협업해야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고 차별화가 가능한 디지털 비즈니스 세상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객 가까이에서 활동하는 기업이나 서비스 사업자와 협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객과 직접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죠. 다행히 중요한 순간마다 고객의 의견을 직접 묻고 경청하며 만족과 불만족의 원인까지 기계학습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해할 수 있는 퀄트릭스(Qualtrics) 같은 경험관리 플랫폼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데이터 폭증의 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비즈니스가 실시간 대응력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강점과 차별화 요소에 집중하면서 이를 보완하고 완성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과 역량,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업체 등과 협업해야 합니다. 연결과 소통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하고 예측하면서 문제나 기회가 자리잡기 전에 미리 대응하는 능력을 서둘러 확보하려면 이처럼 외부의 전문가들과 협업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과 지능형 기업
최근 발간된 디지털 비즈니스의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플랫폼 혁신 전략이라는 저서를 통해 에스에이피코리아(SAP Korea)의 이성열 전대표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미래는 지능형 기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능형 기업은 세계화, 전문화 된 가치사슬 모델을 운영하고,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 모델을 확보하며,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갖춘 기업입니다. 가치사슬이 물리적인 세상의 연결이라면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과 예측에 사용하도록 연결하는 것이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입니다.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지능형 시스템은 17년 전 가트너가 제시한 실시간기업의 비전과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감지하고 대응하는 데 활용할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 어느 때보다 큰 소리로 다가오는 고객의 소리를 중요한 순간마다 실시간으로 포착해 이해하도록 돕는 경험관리(XM) 플랫폼이 등장했으며, 데이터 활용에 능통한 스타트업 등 전문가들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의 감정까지 헤아리는 경험 기업
가트너가 17년 전 내놓은 실시간기업의 비전과 SAP가 몇 년 전 제시한 지능형기업의 비전은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은 사람과 상황을 이해하고 제대로 의미 있게 대응하자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합니다. 다만 이제는 디지털 데이터의 증가로 그 어느 때보다 세밀하게 이해할 수 있고,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한 연결을 통해 맥락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차이점입니다.
변화를 바로 감지하고 의미 있게 대응하는 실시간기업과 지능형기업의 지향점은 사람입니다. 경험경제 시대에 성공하는 기업은 사람과 주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정까지 헤아려 의미 있는 대응을 하는 기업입니다.
경험경제, 디지털 경제,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 시대 등 저마다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지향하는 바는 결국 하나입니다. 인류 역사상 의미 있는 기술 변화와 산업혁명은 모두 사람에게 더 큰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기술은 사람을 향할 때 의미를 갖습니다. 실시간기업과 지능형기업은 결국 사람의 감정까지 헤아리는 경험기업이 될 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