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IWD)하면 빵과 장미가 언급됩니다. 20세기초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 시위에서 외치던 구호가 바로 “빵을 달라. 장미도!” 였는데요. 빵은 누구나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장미는 뭘까요? 그 숨은 뜻을 지금 바로 확인하세요.
글쓴이: 박범순(Adam Park)
매년 3월 8일은 국제연합(UN)이 1975년에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IWD – International Women’s Day)입니다. 이 날과 관련해 “빵과 장미”라는 표현이 자주 언급되곤 합니다. 빵과 장미. 빵은 생존권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장미는 무슨 뜻일까요? 그래서 그 유래를 찾아 봤습니다.
빵을 달라. 장미도!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인 1910년 6월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여성 리더들이 자동차로 지역을 돌며 여성 선거권 운동을 펼쳤습니다. 여성 변호사, 외과의사, 목사, 공장 감독관, 가수 등이 모여 자신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연설을 준비했죠. 그 중에서도 공장 감독관인 헬런 토드(Helen Todd)는 여성 노동자를 대표해 급여와 작업 조건, 근무 시간 등에 관한 법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여성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관한 연설에서 헬런은 빵과 장미를 처음 언급합니다. 연설을 한 다음 날 밤 잠시 머물던 주인 집 딸 아이가 이야기합니다. 전날 밤 연설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건 “여성이 투표하면 모두가 빵과 꽃을 얻게 된다”는 부분이었다는 말입니다. 이 말에 헬런은 “빵을 달라. 장미도! (We want bread — and roses too)”라는 구호에 담긴 여성 운동의 깊은 의미를 설명해줍니다.
한 번에 바뀌지는 않아. 하지만 여성은 세상의 엄마 같은 존재야. 여성의 투표로 집과 안식처, 안전과 같은 인생의 빵과 음악, 교육, 자연, 책과 같은 인생의 장미를 이 나라에 태어난 모든 아이가 누리는 세상을 앞당길 거야.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정부라야 가능해.
— 헬런 토드, 1910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여성의 참여
헬런 토드의 말처럼 여성은 세상의 엄마 같은 존재입니다. 1910년대는 전 세계에 걸쳐 국제 노동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입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건 간에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는 공통점 하나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힘을 합치던 때였죠.
그런데 빵과 장미를 내세운 헬런 토드처럼 유독 여성의 참여가 눈에 띄는 이유는 뭘까요? 위의 사진에 나온 것처럼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로렌스에서는 섬유 노동자들이 1월부터 3월까지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모두에게 빵을, 장미도! (Bread for all, and Roses, too)”라는 구호를 외치며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탈출구 없는 노동 착취 공장의 취약 계층
실은 1년 전인 1911년 3월 25일 뉴욕 맨해튼의 여성용 블라우스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합니다.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공장 화재 사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꼽히며 9.11 테러 전까지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입니다.
총 146명의 사망자 중 123명이 여성일 정도로 큰 사건이었죠. 이들은 대부분 이민자들입니다. 15살 어린 여자 아이부터 43세의 여성까지 10층 건물의 꼭대기에 있는 세 층에서 재단과 재봉일을 하며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주말도 없이 일합니다.
화재로 대피해야 할 비상구는 잠겨 있습니다. 노동자가 아무 때나 쉬거나 블라우스를 빼돌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고 공장주는 밝혔죠. 공장주 두 사람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화재보험금을 노리고 직접 자기 공장에 불을 낸 경력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화재에 대비한 스프링클러 장비를 설치하지 않았죠. 게다가 불을 끄려고 호스를 끌어다 물을 틀었을 때 녹슨 수도에서 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네 대의 엘리베이터 중 한 대만 작동했고 12명씩 네 번 운행한 끝에 그마저도 멈춰섰죠. 탈출할 곳을 찾지 못한 어린 아이들은 엘리베이터 통로나 창문으로 몸을 던지거나 아예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합니다.
생존권과 존엄한 삶을 위한 선거권 운동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민자, 여성 등 보호 받지 못한 취약 계층을 고용해 안전 장치 없이 이윤만을 추구하던 당시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헬런 토드의 말처럼 빵과 장미로 대변되는 생존권과 존엄한 삶을 누릴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여성의 선거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던 거죠.
세계 여성의 날(IWD)은 이런 배경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던 1975년 유엔이 세계 여성의 날을 정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반길 리가 없었죠. 그러다 10년 뒤인 1985년에 가서야 이 날을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년 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숨은 편견도 없애주는 인공지능
직장 내 양성 평등은 채용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채용 공고만 봐도 “아, 이 회사는 남성 위주의 회사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용하는 표현이나 용어, 어투에 녹아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너무 오래 익숙해져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같은 표현을 쓴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편견이나 편향을 없애주는 인공지능도 있습니다. 저희 인적경험관리(HXM, Human Experience Management) 솔루션인 석세스팩터스(SAP SuccessFactors) 안에 있는 직무분석기(Job Analyzer)인데요. 채용 공고를 낼 때 쓰는 직무기술서에 있는 표현 중에서 남성 편향적인 표현을 골라 중립적이거나 여성 친화적인 표현을 제안합니다.
또한 직무 기술이나 경험에 비추어 업계에서 유사한 직무에 대해 시장 경쟁력 있는 보상 범위로 조정할 수 있도록 미리 제안도 해주죠. 자칫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까지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이 돕는 세상. 이런 세상에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더 잘 살도록 돕는 데 더 힘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빵과 장미, 여성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 평등한 세상을 돕는 인공지능까지 두서 없지만 며칠간 연구한 내용을 중심으로 생각의 흐름대로 글을 써 봤습니다. 건강 챙기는 여유로운 주말 보내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