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2019년 7월 둘째주] 강남의 한 호텔 5층 연회장을 가득 메운 6백여명의 최고경영자들과 고위 임원들 앞에서 현대캐피탈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가 경험관리를 통해 경험경제 시대를 선도해가는 이유와 구체적인 사례를 들려주었습니다. SAP 본사 이사회 임원인 제니퍼 모건 사장과 진행한 대담을 핵심만 뽑아서 전해 드립니다.
미국 본사 방문을 통해 만난 퀄트릭스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마켓 포지셔닝을 위한 GPS가 아닐까요? 우리 회사가 지금 어떤 문제가 있고 시장이 바라보는 관점과 스스로 생각하는 모습 사이에 어떤 격차가 있는지 자동으로 하루 종일 계속 보여주니까요. 이건 CEO에게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저도 카드팩토리와 뮤직라이브러리에 다녀왔는데요. 어디에 초점을 두고, 왜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니퍼는 이런 공간을 고객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냥 저희 DNA의 표현입니다. 저희가 좋아하는 바를 만들고 저희가 좋아하는 것을 시장과 공유하는 거죠. 여기서 시장과의 연결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다른 기업 중에는 시장과 단절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자기네들이 믿지 않고 관심이 없는데, 시장이 이런 멋진 걸 좋아하니까 한 번 만들어보자는 식으로 접근할 때 항상 시장과 단절이 일어납니다. 저희는 매일 아침 이런 공간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바로 저희가 좋아하고 믿는 것이기 때문이죠.
현대카드를 데이터 주도형 기업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데이터로 이해하고 예측하며 개인화 된 경험을 창출한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옛날에는 이런 데이터를 구글이나 최상위 디지털 기업들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런 현상이 다른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발을 만들건, 금융사를 운영하건 간에 업종에 관계 없이 이제는 데이터를 써야 하고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든거죠. 매년 1천억원씩 지난 5년간 투자했고 이것이 실패하면 현대카드의 운명이 바뀐다고 생각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수십명의 사람들 사진을 가리키며) 이게 마켓입니다. 나가시면 이런 마켓이 항상 있죠. 그런데 저희는 시장을 어떻게 하죠? 소위 마켓 세그멘테이션, 즉 시장 세분화를 합니다. 그런데 한 번 보시죠. 시장 세분화가 언제쯤 만들어진걸까요? 1940년도? 그러니까 80년 된 도구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바뀔 때가 되었다는 거죠. 저희 생각에는 앞으로 1천만명이면 1천만 고객의 모든 데이터와 취향을 알아서 맞춤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고 봅니다.
저희가 이렇게 디지털로 전환했다고 해서 다른 카드사보다 확실히 나아졌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말을 처음으로 자동차로 바꾼거죠. 둘 다 처음에는 시속 20킬로미터 정도로 달립니다. 그런데 말은 1백년이 지나도 계속 그 속도로 남을 것이고 동력 엔진은 이제 백년 후에는 자동차로 바뀌겠죠. 그래서 저희는 미래를 위해서 다 디지털로 전환했습니다.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죠.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말씀해 주시죠.
자동차를 만드는 데 2만 개의 부품이 듭니다. 부품을 주고 차를 만들어 하면 만들 수 있습니까? 사실 여러분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는 진짜 많은데 이걸 가지고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저렇게 2만 개 부품이 아니라 범퍼, 헤드라이트, 스티어링 시스템 등으로 묶어 놓는다면 자동차를 만들 법하지 않습니까?
고객에 대해서 몇 천 개의 데이터가 나오는데 이를 일반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데이터 패키지를 만든거죠. 예를 들면 이 사람은 결혼했는지 미혼인지 애는 몇이나 있을 것 같은지 등 수 많은 정보를 부품 창고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다음에 트루노스(TrueNorth; 진북)라고 하는 UX를 써서 바로 실시간으로 천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든 것이죠.
사실은 현대자동차를 위해서 천만 명의 고객이 이 다음에 자동차를 산다면 어떤 차를 살 것이다 하는 것까지도 데이터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서는 이 데이터를 가지고 1년에 한 번 할까말까 한 일을 현대카드에서는 한 시간에 열 번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구조입니다.
기존의 데이터를 퀄트릭스 같은 신기술과 어떻게 결합하시나요?
사실 많은 사람이 신기술에 관해 주로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요즘 보면 이 클라우드에 신기술이 다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클라우드를 쓰는 이유는 개별 기업에서는 개발할 수 없는 기능들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파워포인트를 인하우스로 직접 만들겠다는 사람들은 지금 없지 않습니까? 결국은 다양한 기능을 많이 아는 데 집중해야 하고 저희는 다시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 레이크의 구조는 어떻게 가져갈지 등에 훨씬 더 신경을 많이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발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클라우드가 그래서 요즘 중요해진 것이죠.
미국 퀄트릭스 본사를 방문한 소감은?
현대카드를 어쩌면 제일 모르는 사람은 바로 현대카드 CEO가 아닐까요? 시장에서는 정작 제가 현대카드에 관해 믿는 내용의 10%나 알까요? 또 시장의 불만을 제가 10%나 알까요? 그런 내용이 퀄트릭스(Qualtrics)에서는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니까 저는 약간 놀랐습니다.
또 사실은 이런 면도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의 문제는 제품을 태국에 팔았는데 태국에서 사람들이 어떤 걸 바라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냥 한국의 반응을 가지고 유추하는 거겠죠. 그런데 실상은 너무 달라요. 소비자의 반응을 누군가가 이렇게 실시간으로 수없이 잡아 준다고 생각한다면 사실 큰 도움이 되는거죠.
앞으로도 함께 배울 기회가 기대되고 파트너십에 감사 드립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