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두를 달리는 LED 산업을 넘어 스마트 홈, 스마트 매장,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조명 서비스, 사물인터넷을 통한 스마트 시티까지 전구 판매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 Signify(구, 필립스 조명)의 혁신을 소개합니다.
글쓴이: 정대천(Jackie Jeong)
여기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한 기업이 있습니다.
신생 기업도 아니고 13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전통의 글로벌 기업입니다. 우리에게 면도기로 많이 알려진 이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조명과 의료장비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필립스(Philips)입니다.
필립스, 혁신의 역사: 필라멘트에서 의료장비까지
박지성, 거스 히딩크하면 떠오르는 프로축구단, PSV 아이트호벤의 구단주이기도 한 필립스의 역사는 1891년 네덜란드의 남부 도시 아인트호벤의 한 허름한 공장에서 탄소 필라멘트와 전구를 개발하며 시작됩니다.
제1차 세계 대전을 통해 전구의 수요가 급증하며, 사업의 기반을 잡은 필립스는 이후 X선 진공관, 라디오, X선 촬영기를 차례로 개발하여 글로벌 사업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지금의 가전과 헬스케어 사업까지 확장합니다.
조명과 의료장비 분야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하는 글로벌 리더, 필립스가 최근 드라마틱한 디지털 혁신을 시작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LED 산업을 넘어 스마트 홈, 스마트 매장,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조명 서비스 (LaaS: Light as a Service), 그리고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 시티까지 전구 판매만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두가지 깊게 생각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이 이 회사를 디지털 혁신의 길로 들어서게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단숨에 이런 혁신이 가능했는지 입니다.
조명 산업, 혁신의 열쇠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올해 대략 6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조명 산업은 선두인 필립스부터 오스람, GE, Cree, 삼성, 샤프, 도시바, 파나소닉 등 전통적인 제조 기업들의 레드 오션입니다.
이 거대 기업들이 가격과 품질만으로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하기에는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고, 주력 상품인 LED의 수명이 10년 이상이다 보니 교체를 통한 수익을 내기에도 만만치 않은 구조입니다.
필립스 조명(Philips Lighting)은 연간 9조원이 넘는 매출로 업계의 선두이지만, 경쟁과 수익 구조가 악화된 시장을 돌파하기 위해 경영의 전반을 디지털 인프라로 전환하기로 합니다.
2013년 필립스 휴(Hue)라는 IoT 기반의 스마트 조명을 새롭게 선보였으며, 2016년 조명 사업의 분사 독립과 함께 신규 사업 개발과 디지털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 노력의 결과, 매장에서는 모바일 앱과 연계하여 쇼핑을 즐겁게 하고, 관광지에서는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관광객을 불러모으며, 스포츠 스타디움에서는 조명을 통해 경기 관람의 질을 향상시킵니다.
또한 어두운 도시의 구석 구석을 계절과 날씨 상황에 맞춰 안전하게 밝히고, 전기 소모를 최소화함으로 에너지 환경 관리 부문의 글로벌 Award를 받도록 합니다.
이제 필립스는 LED 제조 산업을 넘어 다양한 부가가치 서비스를 만들고, 인터넷으로 연결된 스마트 시티를 컨설팅하는 서비스 사업자로 혁신한 것입니다.
제조 산업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완전히 새로운 4차 산업 서비스를 시작한 것입니다.
Signify, 새로운 4차 산업 서비스를 시작하다
지난 몇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대규모 서비스 혁신이 가능했을 까요?
디지털 혁신이라는 미래 전략에 대한 끊임없는 실천과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테크놀로지가 있었습니다.
- 실시간 글로벌 공급망 모니터링
LED 칩의 제조에서부터 서비스 현장까지 전체 공급망을 한눈에 파악하여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디지털 네트워크 - IoT 기반의 지능화된 조명 서비스
조명이 설치된 구조물, 거리, 매장, 관광지 등에 사물 인터넷 기술이 접목되어 필요에 따라 이들 조명 자산과 설비를 실시간으로 제어 - 소셜 센티멘트의 실시간 분석과 반영
관광지나 구조물 등에 연출된 조명을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 실시간 파악하고 즉시 반영하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
필립스는 내부 디지털 혁신 팀을 통해 이 같은 미래의 기술 비전과 전략을 만들고, 이 청사진을 실현할 전략적 기술 파트너를 검토하였으며, 최종으로 SAP를 선택합니다.
제조부터 유통 공급망, 서비스 컨설팅, 소셜 분석과 최적화까지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해 가장 오래되고 신뢰할 수 있는 선진 사례를 쌓았으며, 사물 인터넷, 머신러닝 등 지능형 기업이 요구하는 신기술을 개념 검증(PoC)을 통해 정확히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SIGNIFY와 SAP: 디지털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다
3개월의 짧은 시간 동안 SAP Cloud Platform 개발 환경에서 글로벌 공급망 추적관리, IoT 기반 자산 관리, 스마트 공장 상황실까지 필립스가 비전으로 생각한 4차 산업의 디지털 시스템(Digital Backbone)을 모두 검증했습니다.
자재소요량계획(MRP: Material Requirements Planning) 소프트웨어를 시작으로 40년 이상 공장 자동화를 주도해온 SAP의 개발 플랫폼 위에 사물인터넷, 머신러닝,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의 집합체인 비즈니스 기술 플랫폼(SAP BTP)이 함께 적용된 결과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필립스의 조명이 비추는 관광지나 구조물, 도시의 야경에 대한 아름다움과 서비스의 품질까지 컨설팅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소셜 감성 분석으로 건축물 조명에 대한 실시간 반응 측정
감성 분석(Sentiment Analysis)이라 불리는 이 애플리케이션은 SAP 클라우드 플랫폼의 Big Data 서비스와 웹 포털, API 서비스를 기반으로 개발되었습니다.
필립스의 조명을 보고 느끼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다양한 느낌과 감성, 즉 Web과 소셜상에 올라오는 엄청난 양의 블로그와 게시물을 실시간 분석함으로 정부나 시설물 운영자에게 무엇을 개선할 지에 대한 실행 가능한 안목(Actionable Insight)을 즉시 제공합니다.
이 결과, 전세계적으로 이름난 오클랜드 베이 브릿지의 야경은 소셜상에서 2백만 조회를 훌쩍 넘어섰고, 감성 분석을 끊임없이 조명에 반영함으로 관광객의 소셜 포스팅이 75%이상 긍정적으로 바뀝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필립스 조명(현제 Signify)이 새롭게 제공한 이 서비스는 샌프란시스코 시민의 자부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보다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며, 도시의 관광 수입 창출에도 기여합니다.
130년 가까이 제조업을 이어오던 필립스는 SAP와의 공동 혁신을 통해 짧은 시간 동안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며 전통 산업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