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제조 혁신 세미나에서 가장 호평 받은 매트 챈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초연결시대인 인더스트리 4.0 시대에는 스마트 팩토리도 공장 차원의 자동화뿐 아니라 경영진과 고객, 협력업체 등과 연결, 소통, 협업할 때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글쓴이: 박범순(Adam Park)
지난 주 수요일[2018년 12월 12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는 오랜만에 반가운 행사가 열렸다. 이름하여 디지털 제조 혁신 세미나. 조립산업, 장치산업 할 것 없이 전세계 주요 제조 업체를 고객으로 둔 에스에이피(SAP)가 주최한 행사다.
대량맞춤생산과 서비스화로 재도약하라
디지털 변혁을 총괄하는 정대영 박사가 대한민국 제조업의 재도약을 위한 과감한 제언을 담은 기조연설로 포문을 열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위협 아래 국내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독일과 미국 등 서방 경제 선진국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주변 국가에 비해 인더스트리 4.0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생산성이나 고객 서비스 관점의 이해는 높은 반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제품/서비스 확대 기회로 보는 이해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3대 트렌드 – 개인맞춤화, 초개인화, 정밀화 | 특집 기사
유연한 미래를 위해 독일에서 시작한 인더스트리 4.0과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생활방식의 변화를 망라하는 4차 산업혁명. 개인맞춤화, 초개인화, 정밀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3가지 트렌드를 확인하세요.
정대영 박사는 인더스트리 4.0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넘어서는 대량맞춤생산을 통해 고객 경험을 완성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촉발된 초연결 시대에 맞게 제품의 서비스화로 새로운 사업모델과 수입원을 찾아야 한다면서, 할리데이빗슨, 레고, 필립스조명(Signify)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인더스트리 4.0과 스마트 팩토리
이번 행사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발표는 인더스트리 4.0과 스마트 팩토리라는 주제로 SAP의 디지털 트윈과 제조 관리 제품군을 상세히 소개한 매트 챈(Matt Chan)의 세션이다. 매트 챈은 SAP 본사에서 디지털 공급망 및 제조 관리 분야의 글로벌 CoE 조직을 맡고 있는 수석 이사다.
매트 챈은 무수한 계기판으로 복잡한 과거의 비행기 조종석과 현대식 조종석을 비교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제조 현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생산 보고서가 바로 이 그림에 나오는 다양한 계기판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유심히 하나하나 들여다 봐야 비로소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봐야 할 데이터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보는 건 많은데 정작 도움 되는 정보는 찾기 힘들다.
이에 비해 현대식 항공기의 조종석은 위의 그림처럼 비교적 단순하다. 비행에 필요한 주요 지표만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행이 쉽다는 점 외에도 문제가 예상되면 경고 메시지 등을 통해 미리 알려주고 문제 상황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도 현대식 조종석의 장점이다. 제조 관리 시스템 역시 이러한 설계를 따라야 하지 않을까?
스마트 공장이란? | SAP 인사이트
상호 연결된 기계 네트워크, 통신 메커니즘, 컴퓨터의 계산 능력인 스마트 공장은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같은 고급 기술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프로세스 자동화를 가속화하고, 시간 경과에 따라 학습하는 가상 물리 시스템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으로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항공기 조종에 집중하면서도 반복 업무는 대부분 자동화 하고 예외상황이 예견될 때 바로 알려 주는 환경이 필요하다. 디지털 제조 혁신 역시 이 부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종단간 연결을 실현하는 SAP Digital Manufacturing Cloud
제조 관리 분야는 기존의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가 다루는 정보기술(IT) 외에도 시시각각 제조 현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운영 데이터를 관리하는 운영기술(OT)과의 연결과 통합이 중요하다. 사실,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연결이라 할 수 있다.
흔히들 초연결사회를 얘기할 때도 사물인터넷, 소셜관계망, 비즈니스 네트워크 등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넘쳐나는 데이터 홍수에 묻히지 않고 꼭 필요한 최신 정보를 필요할 때 바로 얻어 의사결정과 실행에 활용하고 고객 경험, 직원 경험, 제품 경험, 브랜드 경험, 사용자 경험 등 경험을 완성해야 성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더스트리 4.0 시대의 스마트 팩토리는 공장 혼자만의 자동화로 끝난다면 기대하는 효과를 얻기 힘들다. 종단간 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엔드투엔드 공급망관리 차원에서 볼 때 인더스트리 4.0의 활용 분야는 위의 그림처럼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 제조현장과 경영진의 연결
- 제조현장 내 설비간 연결(M2M)
- 제조운영 클라우드(디지털 트윈)
- 연결 물류관리
- 공급망 협업
유연한 미래를 여는 인더스트리 4.0 | 특집 기사
독일 정부의 의뢰로 독일 제조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가 올 미래를 인더스트리 4.0이라고 이름 붙인 독일 공학한림원의 헤닝 카거만 원장. SAP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카거만 교수로부터 미래에 대한 통찰을 직접 전수 받으세요.
매트 챈은 이 중에서도 제조현장과 경영진의 연결을 통한 글로벌 가시성 확보와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활용한 품질 예지관리, 협력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실시간 수요 대응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디지털 제조 클라우드(SAP Digital Manufacturing Cloud)를 중심으로 제조 통찰, 제조 실행(품질 예지관리), 제조 네트워크(협력업체와의 협업)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명한 것이다.
제조현장과 경영진의 연결을 통한 글로벌 가시성 확보
제조현장에서 나오는 OT 데이터를 활용해 현장 운영에 필요한 통찰을 얻는 동시에 주요 성과 지표에 대해 문제 상황이 예견되면 바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다시 말해 현대식 항공기 조종석과 같이 관리자가 알아야 할 지표를 중심으로 신호등처럼 빨간 불이 들어왔는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매트 챈은 실시간 데모 시연을 통해 제조현장, 관리자, 경영자가 최신 데이터를 통해 의사결정과 실행에 필요한 통찰을 얻는 과정을 보여줬다.
제조현장 연결을 통해 글로벌 가시성을 확보한 대표적인 제조업체로 중장비 전문기업인 캐터필러를 소개했다. 제조현장에서는 OT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상 설비효율 지원에 필요한 운영 통찰을 얻는다. 관리자는 경영진 보고에 필요한 전술적 통찰을 얻고, 최고경영진은 디지털 보드룸을 활용해 장기적인 기획에 도움을 얻고 있다.
기계학습을 활용한 품질 예지관리
초연결시대로 대변되는 인더스트리 4.0 시대에는 넘쳐나는 데이터를 활용해 통찰을 얻는 기업이 앞서간다. 기계학습(머신러닝)이 각광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T와 OT 데이터를 디지털 제조 관리 클라우드 상에 모아 훈련을 시키면 보다 빨리 의미 있는 기계 학습과 패턴 파악을 통한 이해가 가능하다.
실제로 핫윙을 만드는 회사에서 약 50장 가량의 닭 날개 사진과 핫윙 사진을 이용해 품질 불량 유형을 기계학습 시킨 후 생산 현장에 투입해 기존의 육안 검사로 진행하던 품질 관리를 개선한 사례가 있다. 닭 날개 크기와 색상, 관절과 절단면 주변에 노출된 혈관 등을 측정해 학습하고 불량이 발생할 지를 예측하는 품질 예지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가트너, 2024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 제시 | 특집 기사
지금 소개하는 다양한 혁신은 특히 급변하는 AI 시대에 귀사의 비즈니스 목표 달성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목적 의식을 가지고 선별한 몇 가지 혁신을 통합한다면 귀사의 디지털 조직을 구축, 보호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협력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실시간 수요 대응
올해 초 독일 북부 지역에서 열린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SAP는 여러 파트너사와 함께 디지털 트윈 네트워크를 통해 지능을 공유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병에 액체를 주입하는 병입 기계를 전문으로 만드는 크로네스(Krones)도 디지털 제조 혁신 데모에 참여해 맞춤 생산을 시연했다.
유럽 기업인 크로네스가 아시아 지역 고객사에서 급하게 스페어파트를 교체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과거에는 온라인 주문을 하더라도 독일에서 해당 부품을 생산, 수급해서 아시아로 배송하다 보면 벌써 2-3주가 지나기 마련이었다.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급하게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데 몇 주일을 기다릴 리가 없었다. 그래서 현지에서 정품이 아닌 부품으로 급하게 교체하곤 했다.
이제는 급하게 스페어파트가 필요하면 해당 부품에 대한 디지털 트윈 정보를 아시아 지역 현지의 3차원 프린팅 전문업체에 전달하고 3D 프린팅으로 부품을 완성하면 곧 바로 배송한다. 꼭 필요할 때 필요한 부품을 제 때 배송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바로 협력업체와 정보를 공유하고 온라인 협업을 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디지털 트윈 정보의 공유를 통한 생산자-운영자 협업
방금 예로든 설비 생산자 크로네스와 해당 설비를 운영하는 기업, 나아가 3D 프린팅 업체가 생산자의 설비나 스페어파트 등 디지털 트윈 정보를 공유하면 문제 상황이나 수요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글로벌 화학 기업 B사는 설비 운영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록할 디지털 트윈 모델이 필요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미 생산업체가 해당 설비에 관한 디지털 트윈 모델을 가지고 있을 듯했다. 그렇게 생산자가 만들어 놓은 디지털 트윈을 공유함으로써 설비 운영자는 실시간 모니터링 데이터를 바로 기록해 데이터 품질은 물론 의사결정 역량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끝으로, NTT의 커넥티드 교통안전 시스템(CTS)을 소개하면서 매트 챈은 인더스트리 4.0과 스마트 팩토리에 관한 발표를 마쳤다.
연결하라. 연결하라. 연결하라.
인더스트리 4.0 시대는 초연결 시대이기도 하다. 국내외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 팩토리 역시 제조 현장 자동화로 그쳐서는 안된다. 경영 정보와 연결하고 고객 주문과 연결하고, 물류 수배송과도 연결할 때 비로소 이 시대 소비자가,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시대에는 무슨 일을 하건, 개인이건 기업이건 국가건 간에 연결하고 연결하고 연결해야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