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로봇을 연구하는 뇌 과학자 정재승 교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사람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경험 있고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을 많이 모으고 시스템은 가볍게 조금씩 넓혀 간다면 좀 더 안전하게 혁신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박범순(Adam Park)
지난 주[2019년 4월 첫째주] 수요일 이른 아침. 강남의 한 호텔에 굴지의 국내 대기업 임원진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진 KAIST 정재승 교수의 조찬 강연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재승 교수는 “의사결정을 할 때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연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는 의과대학 소속으로 정신질환이나 술 담배 중독과 관련한 뇌 연구를 했었고, 이제는 공과대학에서 생각대로 움직이는 로봇, 사람처럼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인공지능 로봇을 연구 중입니다.
비즈니스를 위해 구축된 AI로 민첩성과 예측력 강화 | 특집 기사
인공지능(AI)이 지금처럼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흥미로운 때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 있어 AI를 비즈니스 효과로 전환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내부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비즈니스를 위해 구축된 AI가 필요합니다.
호기심으로 질문하고 상황이해라는 보상 얻어
쥐를 한 마리 풀어 놓으면 가만히 있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을 전문용어로는 액티브 샘플링이라고 하죠. 호기심이라는 동기에 따라 질문을 던지고 공간을 탐색하며, 상황을 이해하는 보상을 얻고 미래를 예측하는 힘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나중에 고양이가 등장하기라도 하면 바로 쥐구멍 같은 틈새를 찾아 피할 수 있죠.
“인공지능도 돌아다니면서 주변에 누가 있고 어떤 행동이 적절한지 판단하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정재승 교수는 전합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응용 분야도 다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7-8년 동안 다보스포럼의 영 글로벌 리더로 활동한 정교수는 세상을 휩쓸고 있는 디지털 전환으로 세상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어떻게 대응할 지를 연구했습니다. 그런 틀에서 최근 핫한 키워드인 인공지능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기업은 어떻게 대응하며 혁신해야 할 지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AI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비즈니스 개선 지원 | 특집 기사
챗GPT 덕분에 미래를 변화시킬 핵심 기술로 평가 받는 AI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디지털 이니셔티브의 효율성을 개선해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AI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고 비즈니스를 개선할 방안을 확인하세요.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인다
얼마 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 도중에 뇌공학 분야에 600억을 투자하고 있다고 언급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뇌에 칩을 삽입해 마음을 읽는 연구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게 전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위스 로잔공대에서는 오른쪽 다리가 마비된 원숭이를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뇌에서는 여전히 운동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신경이 끊어져 다리까지 명령이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었죠. 로잔공대에서는 뇌의 운동신호를 무선통신으로 다리에 전달해 움직이는 데 성공합니다. 과학의 힘을 빌어 앉은뱅이도 일어서게 하는 세상이 멀지 않았습니다.
뇌를 전부 모니터하면 디지털 전환도 가능합니다. 페이스북도 향후 10년간 6천억을 투자해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타이핑하는 기술을 연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1분에 100단어까지 입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생성 AI, 진정한 지능형 클라우드 ERP의 완성 | 특집 기사
클라우드 솔루션 운영은 그 자체로도 많은 효과가 있지만 생성 AI는 전력승수입니다. 클라우드가 생성 AI를 만나면 중요한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가 생깁니다. 진정한 지능형 시스템 기업 전환을 돕고 속도와 민첩성이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만나 빛을 발합니다.
뇌 활동을 구석구석 밝히는 뇌 대동여지도
뇌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잭 갤런트의 논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갤런트는 fMRI로 뇌 활동을 모니터합니다. 활동이 많을수록 산소를 머금은 헤모글로빈 분포가 밀집되므로 이를 분석해 뇌의 활동을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갤런트 교수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피실험자의 뇌 활동 정보만으로 영상을 복원하는 데 성공합니다. 물론 색깔도 실제와 차이가 있고 해상도는 낮지만 20-30년 정도 후에는 실제와 근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게 되면 밤에 잠을 자는 동안 꾸는 꿈을 동영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겠죠.
그로부터 5년 후 갤런트는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하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고해상도 MRI로 말 소리를 들려주고 들은 사람의 뇌 전체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단어를 들으면 특정 영역이 반복적으로 반응합니다. 보통 여성은 6천 단어, 남성은 5천 단어 정도를 사용합니다. 결혼한 남성은 1,800 단어만 사용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뇌의 어느 부분에 어느 단어가 기록되는지를 대동여지도처럼 한 눈에 볼 수 있다면 미래에는 글쓰기의 초고는 생각만 하면 기록이 가능하고 퇴고만 수정하는 글쓰기도 가능합니다. 연관된 단어끼리 뇌 지도를 구성할 수도 있어서 결국 마음을 읽는 지도를 만들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미래에 대비하자는 취지의 4차 산업혁명 선언
지난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선언합니다. 주변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죠. 아직 그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기도 어렵고 상용화 된 서비스도 없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언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슈밥 회장은 미래에 대비하자는 맥락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언하고, 그 자리에서 “일자리의 미래”라는 보고서도 배포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이유는 초연결사회, 융합사회, 사물인터넷(IoT), 데이터나 인공지능이 발전한 미래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질과 원자로 구성된 오프라인 세계를 디지털과 비트로 구성된 온라인 세계와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세상이 진화하는 큰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두 세계가 일치하는 순간 질적인 변화가 생겨납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네비게이션은 GPS를 활용한 위치 정보를 주로 활용합니다. 그런데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계가 일치하는 세상에서는 네비게이션, 보행자, 교통신호, 차선별 차량 정보, 교통사고 현장, 공사중 정보, 노면 상태(물 웅덩이, 결빙), 날씨별 계절별 정보 등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사람보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사고의 90%가 사라지고 주차 문제도 사라집니다. 물론 트럭 기사와 같은 일자리도 사라지는 문제가 있죠.
경제 시간에 배운 생산의 3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입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공간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습니다. 노동도 인공지능이 대신하죠. 결국 토지, 노동, 자본 없이도 생산 활동이 가능해져서 일자리에 큰 변화가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온라인 세계의 롱테일 경제와 오프라인 세계를 지배하는 고전 경제가 일치하게 되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이라고 불렀죠. 두 세계가 일치하는 세상, 그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한 것입니다.
독일에서는 인더스트리 4.0으로 부르고 일본에서는 소사이어티 5.0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합니다. 결국 두 세계가 일치하면 디지털 트윈 등을 통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혁신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 모두 미래의 일자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할 일자리는 사람의 몫이 아닙니다. 사람이 새롭게 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죠. 정재승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말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로봇을 움직이는 실험에 성공해 해외 유명 방송사에서 취재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통한 성장이 늘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질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픈 플랫폼과 인공지능 잘 활용하는 회사가 급성장
인공지능이 세상에 나온 지는 한참 되었고 그 동안 알고리즘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데이터가 넘쳐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이 가능해져 기계가 빨리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딥러닝은 답을 알려주고 데이터를 충분히 주면 스스로 룰을 만들어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는 머신러닝 기법입니다. 물론 딥러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죠. 문제가 잘 정의되어 있을 때 강점이 있습니다. 또 깨끗한 데이터가 많이 있어야 높은 성능을 보입니다. 결국 기업은 문제 파악과 데이터 확보를 잘 할수록 성공할 수 있습니다.
깃허브(GitHub) 등을 통해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공유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한 때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던 IBM을 이제는 구글이 추월했습니다. 비결은 바로 오픈 플랫폼입니다. 구글은 개방적인 자세로 머신러닝을 위한 텐서플로(Tensor Flow)를 오픈소스로 제공합니다. 오픈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용하는 기업이 더 성공적인 세상으로 갈 전망입니다.
디지털 전환이 거의 모든 기업의 화두입니다. 결국은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고 활용도 높은 데이터를 관리해야 성공합니다.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무턱대고 쌓아 놓는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정재승 교수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사람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경험 있고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을 많이 모으고 시스템은 가볍게 조금씩 넓혀 간다면 좀 더 안전하게 혁신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